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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카테고리/[성시경 - 성공적인 시사경제]

[국내 산업 이슈+] 농심 vs 제주도개발공사. 제주삼다수의 방향은?

 

제주 삼다수를 아시나요? 유명한 생수 브랜드라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국내 생수 중 유일하게 화산암반수[1]로서 국내 먹는샘물 PET부분 시장점유율이 50%에 이르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생수 브랜드입니다.

 

지난 7, 매경 유통면에 제주삼다수 새 유통업자 입찰 강행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읽어보니, 제주삼다수 생산업체인 제주도개발공사가 기존 유통을 담당하고 있던 농심과 결별하고 새로운 유통업자를 찾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농심은 이에 반발해 제주도개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상태입니다.

 

농심과 제주도개발공사. 두 업체는 서로의 입장을 호소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제주삼다수를 둘러싼 갈등, 그 실체를 파헤쳐보도록 하죠.

 

 

ü  농심, 98년부터 삼다수의 유통을 맡아 독점판매

 

제주도개발공사와 농심의 인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주도지방개발공사( 제주도개발공사) 97년 말 제주三多水판매업체로 ㈜농심을 선정하고 98 3월부터 시판에 들어갔습니다. 이 당시의 계약 내용을 보도한 기사는 찾기 힘듭니다. 대신 다른 기사를 찾아보면, 2007년에 제주도개발공사는 농심과 새로운 판매협약을 체결하면서 종전의 판매협약 내용을 대폭 개선했다는 기사[2]가 있습니다. 종전 계약은 5년간의 계약기간에 구매물량 이행시 3년간 자동연장되는 것이 조건이었는데, 2007년 새로운 계약은 구매물량 이행시 1년 단위로 연장하는 것으로 조건이 변경되었습니다. 2007년 이전에 별다른 계약 소식이 없으므로, 종전 계약은 97년 첫 계약을 가리킵니다.

 

사실 제주삼다수를 둘러싼 두 업체간 갈등은 지난해 12월 제주도개발공사가 설치조례의 일부를 변경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설치조례 부칙 제2조를 종전 먹는샘물 국내판매업자는 2012 3 14일까지 먹는샘물 국내판매사업자로 본다로 수정한 것이죠. (기존 제2조는 07.5.9일부로 삭제되어 있었음) 여기서 종전 판매업자는 농심을 지칭합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조례 개정의 사유로 ‘2007년 계약의 구조적 문제를 들었습니다. 목표량을 채우면 계약이 1년씩 자동연장되는 기존 계약은 사실상 농심의 반영구적 독점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삼다수는 매년 목표량을 훨씬 웃도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도개발공사가 불평등하다고 주장하는 2007년의 계약 내용은 결국 97년 계약을 바탕으로 수정된 것이고, 오히려 97년의 ‘3년씩 자동연장조건보다 완화되었습니다. 사실 97년 농심과의 계약은 의혹의 소지가 될 만한 사항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99년 제주도가 개발공사를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한 결과, 먹는 샘물 위탁 판매 대상 업체 선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97 3 21일부터 같은 해 10월말까지 먹는 샘물 판매망 구축 컨설팅 용역을 실시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용역 완료 이전인 같은 해 8 26일 ㈜농심을 판매업체로 선정, 3천만원의 용역비를 낭비했습니다.[3] 또한 판매협약을 체결하면서 차액 보전, 판촉 지원, 반품 보상 등 무상공급 물량을 너무 많이 책정해 준 나머지 전체 공급물량의 24%에 해당하는 물을 무상으로 농심 측에 공급했습니다. 회계장부 상 누락사실도 발견되어 시정 조치 및 문책을 받았습니다.

 

그럼 제주도 측은 왜 농심에 과도한 혜택을 준 것일까요? 농심 측의 주장[4]에 따르면, 농심은 당시 외환위기 상황에서 개발공사의 자본금(76억원)보다 더 많은 비용을 홍보·마케팅에 쏟아부었습니다. 따라서 개발공사의 규모가 작으니 농심의 유통전략에 의존하려던 의도가 아니었나 추측해 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주삼다수의 성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당시의 계약 내용이 현재 개발공사의 발목을 잡은 셈이지요.

 

 

ü  제주도와 농심의 갈등 원인은?

 

그럼 제주도가 농심과의 계약 해지를 선언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관련 기사[5]를 인용합니다.

 

(전략) 이들의 갈등은 농심에 대한 제주지역 여론이 악화되면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제주도의 한 민선의원은 “유통업자인 농심이 판매업자 제주도보다 더 큰 판매이익을 취한다”고 주장하며 갈등의 불씨를 만들었다. 농심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도 제주도 지역사회에 그에 대한 환원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에 도 내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고, 이를 의식한 제주공사는 지난해 ‘삼다수’ 영업자료를 농심에 요청했다. 하지만 농심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삼다수’ 판매에 대한 홍보비와 소요 경비, 매출원가를 공개하지 않았다. 제주도 측은 농심의 태도에 섭섭함을 느꼈고, 결국 갈등의 골이 생기기 시작했다.

 

13년간 배 채우고 이젠 ‘짝퉁’으로 돈벌이”

 

농심이 중국에서 출자한 '백산성수'의 표지 디자인이 삼다수와 유사한 것도 제주공사와의 관계를 악화시킨 원인이 됐다. 농심 측은 “대부분의 생수상품 디자인은 다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주공사는 “삼다수로 재미를 본 농심이 중국에서 짝퉁을 만들어 또 다시 제 배를 불리려 한다”고 불쾌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서비스표' 즉 판매에 관련된 상표권을 농심이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됐다. 현재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라는 명칭으로 제조는 가능하지만 판매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제주개발공사는 농심과 계약을 파기하면 ‘삼다수’라는 명칭의 상품을 제조해도 육지에 팔 수가 없다.

 

결국 지난해 12월 제주도의회는 삼다수유통과 관련, 2007년 농심과 맺은 ‘구매물량이행시 자동연장계약’이 불공정한 계약임을 주장하며 조례개정을 하게 이른다. 농심에게 주었던 독점적 유통계약을 해지하고 공개입찰방식으로 통해 유통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례개정을 두고 ‘제주도가 농심에게 이별을 통보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후략)

 

이렇듯 갈등의 골은 악화된 제주도 여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삼다수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면 제주도의 언론 및 시민단체가 농심을 비판하는 것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백산성수디자인 논란, 불공정계약 수정요청 무시, 수익의 지역환원노력 부족 등이 여론 악화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ü  농심의 반발. 3건의 가처분 신청의 향방은?

 

농심이 제주도개발공사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소송은 총 4건으로, ‘조례 무효확인소송(본안)’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모두 가처분[6] 신청입니다:
제주도개발공사 설치조례 일부 개정 조례 효력정지 가처분
먹는샘물 공급중단금지 가처분
입찰절치 진행중지 가처분

 

3건의 가처분 신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주도개발공사
설치조례 일부 개정 조례
효력정지 가처분

먹는샘물 공급중단금지
가처분

입찰절차 진행중지
가처분

1

농심 신청

 

2012. 2. 8

제주지법 행정부

인용 결정 농심 win

농심 신청

 

2012. 2. 24

제주지법 제3민사부

기각 제주도 win

농심 신청

 

2012. 3. 15

제주지법 제3민사부

인용 결정 농심 win

2

제주도 항소

 

2012. 3. 14

광주고법 제주부

기각 농심 win

농심 항소

 

2012. 3. 14

광주고법 제주민사부

인용 결정 농심 win

제주도 항소

 

현재 설치조례 효력정지 가처분과 공급중단금지 가처분은 제주도가 3심에 항소했거나 항소 예정입니다. 아직 모든 재판이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농심의 완승입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관련 기사[7]를 인용합니다.

 

첫 단추를 잘못 꿴데 대한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 삼다수 유통판매권과 관련한 3건의 가처분신청이 최근 연이어 ㈜농심의 일방적 승리로 결론 내려지면서 ‘제주도개발공사설치 개정조례’에 대한 무효 확인 본안소송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로서는 가처분소송에 줄 패소하면서 제주공기업 이미지와 ‘삼다수’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협약(계약)서상 각 조항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체결한 계약당사자 일방이 훗날 계약을 둘러싼 당사자 간의 법적분쟁에서 얼마나 많은 고전을 하게 되는지를 도개발공사와 농심 간 다툼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거 없이 ‘제주물’이니, ‘공공의 물’이니 하는 감정적 호소에 매달린 주장은 법원 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일련의 법원결정 과정에서 명백히 확인됐다.

 

사실 도개발공사 입장에서는 이번 본안소송을 비롯한 제 가처분소송이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처음부터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도개발공사측은 양 당사자 간 협약서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민법 제103)로서 무효라는 점을 밑바탕에 깔고 논리를 전개했다. 반면 농심측은 협약서는 사인 간 계약으로서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법원결정은 사적자치, 즉 사법의 원리에 방점을 뒀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도개발공사와 제주자치도는 각 심급 결정에 대해 항고와 재항고로 상급법원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법원결정의 의미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이에 이은 논리의 무장 없는 불복신청은 ‘시한부 환자의 생명 연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법과 관련해서는 ‘아는 만큼 힘이 된다’는 사실을 이번 결정들이 말해주고 있다. (후략)

 

본문의 내용처럼, 사인 간 계약을 제주도개발공사가 일방적으로 해약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기기 쉽지 않은 것입니다. 여론에 밀려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법적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죠.

 

소송이 진행 중인 와중에도, 제주도개발공사 측은 새로운 유통업자를 선정하는 입찰을 예정대로 지난 3 8일 진행했고, 무려 7개의 업체가 참여했습니다: 웅진식품, 광동제약, 코카콜라음료, 롯데칠성음료, 남양유업, 샘표식품, 아워홈 등입니다. 그 중 광동제약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광동제약은 비타500과 옥수수 수염차 등의 인기상품과, 전국적으로 120개의 전문대리점을 갖추고 있는 회사입니다.

 

 

ü  앞으로의 향방은?

 

이렇게 말 많고 탈 많은 제주삼다수에 왜 이렇게 많은 업체들이 참여한 것일까요? 바로 삼다수의 사업성입니다. 좌측 그래프와 같이 삼다수는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왔고, 작년 매출액은 2,0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수익성이 좋은 제품입니다.

 

농심으로서도 삼다수는 음료사업매출의 80%,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만큼 놓칠 수 없는 상품입니다. 특히 국내 생수시장은 연간 5,000억원 규모로, 매년 10% 이상 신장하는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농심은 당장의 금전적 이익보다 판매유통권 사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삼다수의 유통판매권을 잃게 될 경우 기업가치가 눈이 띄게 하락할 것이라 전망합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소송에서는 제주도가 이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의 입장에선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손해를 무릅쓰고서라도 농심과의 계약을 해지하려 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 그 때 한번 더 다루도록 해요.
 





[1] 출처: 제주도개발공사 홈페이지(www.jpdc.co.kr)

[2] 뉴시스, <삼다수-농심 판매협약 체결>, 2007. 12. 13

[3] 연합뉴스, <제주도지방개발공사 운영 방만>, 1999. 10. 8

[4] 매일경제, <제주삼다수 새 유통업자 입찰 강행>, 2012. 3. 6

[5] 뉴스포스트, <농심, 제주공사와 법적공방 벌이는 내막>, 2012. 1. 16

[6] 가처분이란 금전채권 이외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확정판결의 강제집행을 보전(保全)하기 위한 집행보전제도를 말하며, 이는 ①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과 ②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으로 나뉩니다(「민사집행법」 제300)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이라는 절차를 거쳐 집행권원(판결서정본, 지급명령정본, 화해조서, 조정조서 등)을 받은 뒤 다시 강제집행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민사소송절차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 채무자가 다툼의 대상이 되는 물건의 멸실이나 처분 등으로 사실적인 변경 또는 법률적인 변경이 생기게 되면 채권자는 집행권원을 받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권리는 실현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가처분은 이와 같은 경우에 대비하여 다툼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나 지위에 대하여 임시로 잠정적인 법률관계를 형성시켜 채권자가 입게 될 손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출처: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http://oneclick.law.go.kr)>

[7] 제주도민일보, <농심 가처분 신청 법원 인용결정의 의미>, 2012.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