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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수기] 첫째날(11/29) - 설레이는 첫 발걸음

제주도 여행을 끝내고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급하게 준비해서 떠난 여행이고 계획도 마땅치 않았지만, 흘러가다보니 꽤 체계적으로 다녀온 여행이 되었다. 어렸을 때 중국과 일본을 다녀오긴 했지만 그것은 수동적으로 따라간 여행이었기에, 이번 제주도 여행은 필자 인생 최고의 여행이라 할 만했다.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었다. 용찬이형(본명 김용찬, 이하 김 형)의 카메라로 찍으면서 DSLR을 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살 수 없으니 어쩌겠는가. 여튼 여행 중에는 귀찮더라도 최대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것은 '결국 남는 것은 사진 뿐이다'라는 만고의 진리가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나고 사진들을 살펴보니, 매순간 꼬박꼬박 사진을 찍은 것은 정말 잘 한 것 같다.

 

 


첫째날 (11/29)
설레이는 첫 발걸음


 

약속장소는 오전 10시, 정부청사 터미널이었다. 재환이형(본명 오재환, 이하 오 군)은 10시 15분 대전청사->김포공항 버스를 미리 예매해놓았고, 우리는 제 시간에 맞추어 출발할 수 있었다. 주현이(본명 신주현, 이하 신 양)의 회고에 따르면 그 순간 대전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았다고 한다.

 

평일 오전이라 버스 안은 한산했다. 각자 짐이 많기에 따로 앉아 한 자리씩 더 차지한 상태로 편하게 올라갔다. 처음 버스가 섰길래 내렸더니 김포공항 국제선이었다. 허탈해하며 순환버스를 타고 국내선으로 이동했다.

 

국내선 건물은 국제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하지만 공항이 어떻든 우리의 마음은 들떠 있었다. 그 마음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 김포공항에 앉아서 사진 찰칵!

 


▶ 사진 찍은 용찬형도 같이 찰칵!

 

수속 절차를 밟은 다음, 공항 롯데리아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때웠다. 공항에 면세점이 있다는 사실이 생각나서 설렌 마음에 서둘러 보안 심사대를 지나갔다. 하지만 면세점 표지판은 어디에도 없었다. 검색해보니, 면세점은 원칙상 국제선에만 있고, 예외적으로 제주국제공항 국내선에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오는 길에 들르자고 다짐하며 우리는 후일을 기약했다.

 

비행기에 탑승했다. 우리가 이용한 항공사는 국내 저가항공사 티웨이(t-way)였다. 한 줄에 6명씩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였고 앞뒤로도 폭이 좁았지만, 그래도 필자는 설레고 좋았다. 이 얼마만에 타보는 비행기인가! 이륙하는 순간, 비행기 모드인 스마트폰으로 연신 찰칵거렸다.

 

비행기는 시속 800km의 속도로 한시간 가량 날아 제주도에 도착했다. 첫 날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구름만 살짝 떠다닐 뿐 날이 비교적 좋았다.

 


▶ 비교적 맑은 제주공항의 하늘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다. 렌터카는 Rent-a-car였다. 우리들은 이 사실을 공항 렌터카 센터에서 처음 알았다.

 

3시 비행기로 출발한 터라 우리는 분명 4시 반에 렌터카를 빌리기로 했는데, 5시 반에 예약이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공항을 좀 둘러보며 수다를 떨었다. 5시가 좀 지나서 렌트를 할 수 있었고, 본격적인 우리의 제주 여행이 시작되었다.

 


▶ 렌터카의 상태를 점검하는 두 남자

 

운전대는 김 형이 잡았다. 필자는 2007년산 장농, 오 군은 2006년산 장농면허인 탓이었다. 신 양은 무면허였지만 운전대를 잡고 싶다며 졸라댔다. 결론적으로 김 형은 우리의 목숨을 위해 5일간 한 순간도 운전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중간중간 실수도 있지만, 김 형은 뛰어난 실력으로 우리를 제주도의 적제적소에 데려다주었다. 김 형을 데려온 것은 정말이지 신의 한수였다.

 

겨울이라 날이 제법 빨리 저물고 있었다. 서둘러 찾아간 첫 행선지는 제주에 위치한 용두암이었다. 공항과 매우 가까운 바닷가에 있으며, 용의 머리를 닮은 기암이었다.

 

 


▶ 용두암 입구에서 한 컷!

 


▶ 부산의 누리마루를 연상케 하는 용두암 주변의 모습이다.

 


요염한 자세를 취하는 필자

 


▶ 정상적인 자세를 취한 필자

 


▶ 용두암 가는 길

 


▶ 용두암에서

 


▶ 용두암에서

 


▶ 용두암 주변의 모습

 


▶ 용두암의 모습

 

용두암을 둘러보는 동안 해는 지고 있었다. 사진을 찍기 어려워져서 더 이상의 관광은 힘들었다. 이제는 숙소로 향할 때였다. 첫 숙소가 있는 협재에는 마땅한 마트가 없으므로, 제주 시내에 있는 이마트에 들려 장을 봤다.

 


▶ 자꾸 주류에만 눈이 가는 건 왜일까

 


▶ 한 아름 사서 나가는 모습

 

시간이 이미 많이 늦었었다. 모두들 배가 고팠다. 필자는 협재 근처의 맛집을 찾아 미리 예약을 해 놓았다. 메뉴는 갈치조림이었다. 어두워진 바다를 멀리하고, 가장 빠른 길로 30분만에 협재로 달려갔다.

 


▶ 허기진 영혼들 앞에 등장한 갈치조림! 뚜둥!

 


▶ 음식은 역시 접사! 윤기가 흐른다~

 

정말 맛있었다. "사실 나는 갈치조림 안 좋아해" 는 오 군의 말이었다. 그는 게눈 감추듯 갈치를 입 안에 쑤셔넣었다. 실제로 이 집이 갈치조림을 맛있게 잘 만들기도 했지만, 우리의 허기가 이것을 별미로 만들었다. 이번 여행 중에 이런 극도의 허기 상태는 종종 찾아왔고, 우리는 이를 '갈치모드'라 불렀다.

 


▶ 먹느라 정신이 없다.

 


▶ 물수건을 뜯지고 않은 채 허겁지겁 먹고 있다.

 

식당과 숙소는 가까웠다. 배고픔에 이끌려 식당부터 들어갔고, 이성을 찾은 뒤에야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는 협재우체국수련원이었다.

 


▶ 오 군은 첫날부터 골골골...

 


▶ 일어나 이 녀석아! / 으어어어~ 혼이 빠져나간다~

 


▶ 맥주와 함께 할 소세지를 굽는 모습

 


▶ 잘 구워지는 이마트 소세지

 


▶ 자, 한 잔들 하십시다

 

김 형은 오 군, 신 양과 초면이었다. 하지만 허울없이 친해졌다. 첫 날부터 고스톱 판을 벌인 것도 이에 한 몫 했을 것이다.

 


▶ 고스톱을 잘 모른다는 신 양. 결국 돈은 땄다. 타짜다.

 


▶ 고스톱으로 하나되는 첫날밤

 


▶ 한 고스톱 하실래예?

 

기존에 우리 방에서 치던 규칙을 도입해, 4+1 제도를 시행했다. 이는 국가기밀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다. 이렇게 3 set를 쳤는데, 처음 두 세트는 김 형이 져서 소세지를 굽고 또 구웠다. 다음 날 아침 짜파게티를 만들어야 하는 세 번째 세트에서 필자는 처절하게 대패(大敗)했다.

 

이렇게 우리의 여행 첫날밤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할 이야기가 많았지만, 일정이 빡빡하기에 마지막 날을 기약하며 새벽 2시쯤 잠이 들었다.

 

 


▶ 폼 잡는 오 군은 마지막 사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