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산책]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그릇 39) – 오세영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그릇 39) – 오세영 내가 원고지의 빈칸에 ㄱ, ㄴ, ㄷ, ㄹ, … 글자를 뿌리듯 신은 밤하늘에 별들을 뿌린다. 빈 공간은 왜 두려운 것일까, 절대의 허무를 빛으로 메꾸려는 저, 신의 공간, 그러나 나는 그것을 말씀으로 채우려 한다. 내가 원고지의 빈칸에 ㄱ, ㄴ, ㄷ, ㄹ, … 글자를 뿌릴 때 지상에 떨어지는 씨앗들은 꽃이 되고 풀이 되고 또 나무가 되지만 언제인가 그들 또한 빈 공간으로 되돌아간다. 나와 너의 먼 거리에서 유성의 불꽃으로 소멸하는 언어, 빛이 있으므로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빛과 어둠 꽃다운 나이 20살에, 나의 룸메는 가수 故 김광석의 팬이었다. 방에서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보면, 어깨 너머로 김광석의 목소리가 흘러 내 귓가로 스며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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