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깨어지고 – 윤동주
꿈은 눈을 떴다,
그윽한 幽霧유무에서
노래하던 종달이
도망쳐 날아나고,
지난 날 봄타령하던
금잔디 밭은 아니다.
塔탑은 무너졌다,
붉은 마음의 塔탑이-.
손톱으로 새긴 大理石塔대리석 탑이-
하루 저녁 暴風폭풍에 餘地여지없이도
오- 荒廢황폐의 쑥밭,
눈물과 목메임이여!
꿈은 깨어졌다.
塔탑은 무너졌다.
Once upon a dream
이 시를 보고 딱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인터넷에서 음악을 찾아 숙제와 같이 제출하고 싶었지만, 요즘엔 불법 다운로드를 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가사를 보며 대리만족을 해보자.
Once upon a dream 언젠가 꿈 속에서
I was lost in love’s embrace 난 사랑의 품 안에서 길을 잃었어요
There I found a perfect place 그곳에서 난 완벽한 곳을 찾게 되었죠
Once upon a dream 언젠가 꿈 속에서요
Once there was a time 언젠가 그런 적이 있었어요
Like no other time before 그런 순간은 처음이었죠
Hope was still an open door 희망이 아직 자리잡고 있었어요
Once upon a dream 언젠가 꿈 속에서요
And I was unafraid 난 두렵지 않았죠
The dream was so exciting 꿈에 너무 가슴이 벅차 올랐거든요
But now I see it fade 하지만 지금 꿈은 희미해지고
And I am here alone 여기 난 홀로 남았죠
Once upon a dream 언젠가 꿈 속에서
You were heaven-sent to me 당신은 하늘이 내게 준 사람이었죠
But it wasn’t meant to be 하지만 운명적인 건 아니었어요
Now you’re just a dream 이제 당신은 그저 꿈이 되어버렸죠
Could we begin again?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나요?
Once upon a dream 언젠가 꿈 속에서요
워낙 유명한 곡이라 가사만 보아도 음이 귀에 아른거릴 것이다. 뮤지컬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수록된 [Once upon a dream(언젠가 꿈 속에서)]이다. 극 중에서 이 노래는 지킬 박사의 약혼녀인 엠마가 하이드 씨의 문제로 고통받는 연인을 바라보며 부르는 장면으로, 애절한 노랫말과 아름다운 멜로디가 무척 인상적이다. CF에 몇 번 등장해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김연아 선수가 이 곡으로 공연한 이후 더 잘 알려지게 되었다.
원래는 하이드를 없애기 위해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지킬 박사를 바라보는 연인 엠마의 마음을 담은 것이지만, 노래는 시에서 나왔으므로, 시가 그러하듯 노래의 해석도 듣는 이의 자유이다. 필자가 이 곡을 처음 접했던 것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내용을 몰랐을 때였고, 사랑(혹은 짝사랑)이 끝난 시점의 슬픔을 노래한 곡으로 받아들였다. (하긴 자의로든 타의로든 사랑이 끝나는 슬픔에 대한 곡이라는 점은 공통적일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걸 끝내고 돌아오는 길, 근처 까페에서 흘러나오던 것은 이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었으니까.
사람들은 행복을 꿈꾸며 탑을 쌓는다. 오늘보다 튼튼한 내일을 꿈꾸며, 그러면서도 높게 탑을 쌓는다. 견고히 쌓은 탑은 수많은 폭풍과 비바람을 견딘다. 영원할 듯 하다. 허나 그런 탑도 어느 순간, 하루 저녁 폭풍의 여지없이도 무너지는 그런 순간이 있다.
딱히 결론은 없는 글이다. 겪어본 사람만 아는 그 순간, 문득 떠올라 끄적여본다.
2010. 11. 11 / 카이스트에서.. (http://김철성.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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